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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묵빛 찻주전자.JPG

묵빛 찻주전자

 

묵빛의 검고 푸른빛이 도는 묵직한 찻주전자는 담담하고 깊다. 밤의 시간이나 책을 읽을 때 짙고 깊은, 다소 떫은 녹차를 이것에 담아 우린다. 번잡한 일상을 털어내고 가라앉힐 때, 투박하고 보편적인 편안함이 주는 안정감은 기분을 환기한다.

2. 독공의 금속 공예컵.JPG

독공의 금속 공예컵

 

일본의 공예 공방에서 태어난 온도 유지 발군의 금속 컵. 손으로 두드려 만든 손맛과 은은한 금속 배합의 색감, 잡았을 때의 묵직한 무게감이 쓸수록 친근하고 변함없어 좋다. 한눈에 보기에도 필시 어렵게 만든, 묵묵한 독공의 물건들은 특별한 사용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여행의 홍차, Marco Polo Rouge

차는 맛과 향기인 동시에 감성이고 인문학이다. 도쿄를 찾을 때 자주 발걸음을 향하는 마리아쥬 프레르 긴자점은 세계 각국의 찻주전자와 찻잔이 격조 있는 서점의 서가처럼 빽빽이 채워져 잠깐이나마 시간 여행을 떠난 듯 이국의 향신료 같은 공기로 내 주변을 둘러싼다. 동방견문록의 마르코폴로를 연상시키는 신선한 이름의 차 한 잔은 여행의 감각을 일상으로 간편하게 가져온다.

계절을 불러오는 부채

섬세한 부채는 여름을 성큼 불러온다. 손으로 쥐고 펼칠 때의 유려함과 맵시 좋은 부챗살의 은은한 나무 향, 소박한 매화꽃 문양이 편안해서 닳고 헤졌는데도 십여 년 가까이 사용-관상 중이다. 문득, 매미 소리 짱짱한 무더운 한여름의 서정적 감성을 꺼내고 싶을 때, 책을 읽을 때, 차가운 겨울에도 부채를 펼쳐본다. 

정갈의 차합

 

단단한 목재의 차합에 신선한 차를 보관해서 유통기한의 향기를 가둔다. 향기는 떠돈다. 보관법에 따라 공기와 환경에 오염되고, 섬세할수록 섞이기 쉽고 망가지기 쉽다. 정갈한 나무통에 담긴 깨끗하고 정결한 찻잎은 시간으로 응축된 절기와 자연을 느끼게 한다.

모래시계, 흐르는 시간

모래시계 속 모래가 미끄러지듯 떨어질 때 ‘흐르는 시간’을 눈으로 본다. 처음과 끝이라는 필요한 시간이 설정된 모래 질량의 시계는 맛있는 차를 우리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반짝이는 우주적 아름다움을 탁상 앞에서 바라보는 고풍스럽고 아날로그의 심성을 전한다. 내가 본 상점의 모래시계들은 아주 소박하거나 화려했다.